1897년부터 거래된 120개 상품 시대순으로 전시
남대문시장은 지난달 26~28일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기 위해 ‘남대문시장 글로벌 페스티벌’을 열었다. 백화점과 대형마트, 온라인 시장에 밀려 젊은 세대들의 출입이 점차 줄어들어 위기를 겪고 있지만 좌절하지 않고 외국인들 유치에 나서면서 자생을 위한 돌파구를 찾고 있다. 남대문시장은 늘 그랬다. 조선말에서 일제강점기를 거쳐 대한민국에 이를 때까지 파란만장한 시기를 함께 하며 버텨냈다.
이런 남대문시장의 변천사를 한 눈에 볼 수 있는 전시가 서울역사박물관에서 열리고 있다. 오는 7월 2일까지 진행되는 ‘남대문시장’ 특별전에서는 우리나라 최초 도시상설시장인 남대문의 의미를 조명한다.
남대문시장은 1897년 숭례문 인근 한양도성 안쪽에 있는 선혜청 자리에 도시상설시장으로 ‘창내장’(倉內場)이 설치돼 운영된 것을 시초로 하며 지금까지 줄곧 서울의 중심 시장이었다. 조선왕조의 육의전이나 난전 등과는 다른 새로운, 당시로서는 현대적인 시장이었다.
일제강점기에 들어와 남대문시장은 송병준의 조선농업회사에 의해 경영됐고 1921년 화재 이후 중앙물산이 시장경영권을 인수했다. 이후 중앙물산의 횡포에 조선인 상인들은 남대문시장 상인연합회를 구성하여 권익을 보호하고자 노력했다.
해방 이후 남대문시장은 한국전쟁과 여러 차례 화재로 인한 위기를 극복하고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시장으로 성장했다. 한국전쟁 이후에는 군수품과 사치품이 다수 거래돼 양키시장, 도깨비시장으로서 명성을 날렸다. 1980년에 들어서 전문상가로 변신을 통해 숙녀복이 시장 주요 품종으로 등장했고 남대문시장 숙녀복은 ‘남싸롱’, ‘남문패션’으로 불리며 인기를 끌었다.
120주년에 맞게 이번 전시에서는 조선시대부터 현재에 이르기까지 남대문시장에서 거래되었던 상품 120가지를 선정해 시대순으로 전시했다. 1908년에 제작된 선혜청건물지도(宣惠廳建物之圖) 및 시대를 상징하는 상품 등 관련유물 120건과 영상자료 27건을 소개한다. 당시 시장에서 판매됐던 상품의 변화를 통해 각 시대별 변화상을 살펴볼 수 있다.
전시실 중심부에 있는 영상실은 남대문시장의 시공간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바닥에 깔린 시장영역 전체를 배경으로 전문상가 모형이 놓여 있으며, 그 위로 남대문시장의 24시를 촬영한 영상이 재생된다. 영상에는 시장의 하루 모습을 살펴볼 수 있도록 주요 시간대를 선정해 시장 내 주요업종별 상가와 중앙통 등 주요 장소 12곳의 모습을 담았다.
선혜청건물지도는 1908년에 측량해 작성한 지도로 창내장 당시 건물 모습과 면적 등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다. 또한 시장에서 거래됐던 다양한 상품들과 시장 상인들이 사용하던 주판이나 계량도구인 되 등을 통해 상거래 모습을 살펴볼 수 있도록 했다.
배성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