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전시장

국제갤러리 송현재 (松賢齋)

오솔 길 2025. 9. 30. 07:23

서울의 역사와 문화 중심지에 위치한 국제갤러리는 1987년부터 K1, 2, 3의 순서로 갤러리 공간을 넓혀왔다. 송현재는 그 다음 단계로, 1935년에 지어진 오래된 한옥을 문화 공간으로 개조하는 프로젝트다. 이 프로젝트는 국제갤러리가 형성하고 있는 전체 아트 클러스터의 맥락에서 이해되어야 한다. 시차를 두고 하나씩 건립된 까닭에 갤러리 간의 상호 연결이 느슨하고, 전체 클러스터에 대한 방문자의 공간 인식도 낮았다. 게다가 국제갤러리가 위치한 소격동 일대는 우리나라 마지막 왕조의 정궁인 경복궁과 마주하고 있어 북촌지구단위계획에 따라 전통을 보존해야 하는 문제가 있었다. 송현재가 한옥 자체의 전통적인 미학을 제시하면서 동시에 갤러리 간의 공간적 연결을 강화하는 현대적인 매개체로서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본디 주거 목적으로 지어진 작은 ‘ㄷ’자형 한옥에 서점, 뷰잉룸, 라운지가 있는 개인실 등 세 가지 주요 프로그램을 한 지붕 아래 수용하기란 매우 어려운 일이었다. 매우 엄격한 규제로 인해 구조 및 재료 측면에서 기존 외관의 과도한 변경도 제한되었다.​

어반아크는 이러한 문제들을 해결하기 위해 전통적인 공간 구조와 마당에 초점을 맞혔다. 한국 전통 건축의 본질은 유연하고 다양한 공간을 가능하게 하는, 의도적으로 느슨한 공간의 특성에 있다. 한옥에서 마당을 비롯한 실내외 바닥은 중요한 요소다. 바닥은 고정되어 있지 않은 창호와 낮은 담장으로 느슨하게 규정되어 개별 공간을 형성한다. 그리고 다른 기능이 필요할 때 바닥은 탄력적으로 확장되어 공간 내외부의 명확한 경계를 허무는 새로운 공간을 만든다. 한옥이 갖는 이런 특성에도 불구하고 안타깝게도 기존 한옥은 1935년에 지어진 이래 부실한 개조로 원래 모습과 공간적 풍요를 상실한 상태였다. 작지만 정교하게 디자인된 빈 공간인 마당은 필수 기능을 갖춘 실내 공간과 함께 새로운 요구를 충족한다. 실내외 공간은 미술작품의 액자 같은 큰 프레임 통창을 사이에 두고 연결되어 바닥 레벨까지 동일하게 맞춰졌다. 공간은 시각적으로나 물리적으로 확장되어 또 다른 이벤트들을 유연하게 수용한다. 서점은 일반인들을 환영하는 쇼윈도로 ​건물 앞에 자리 잡고 있으며, ‘ㄷ’자형 한옥의 양쪽에는 각각 뷰잉룸과 라운지가 있는 개인실이 배치되었다. 개별 마당이 있는 각 프로그램은 독립적으로 운영되지만 한옥 중앙에 배치된 메인 마당을 공유하여 공간적 통합성을 갖는다.

송현재는 현대적인 방식으로 정교하게 설계되어 전통 한옥이 지닌 물성의 미학과 공간적 유연성을 계승하고 있다. 과거는 단지 유물적 가치만으로 박제된 채 보존되어서는 안되며, 현재의 기능과 미적 감성을 구성하는 재료로서 재발견되고 재해석되어야 한다. 마치 이미 존재했던 것처럼 '살아있는 과거, 오래된 미래'를 보여주고자 했던 송현재는 전통 복원의 결과물이 아니라 동일한 강렬함을 지닌 현대 건축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이제 송현재가 역사지구 경관의 일부를 구성하면서 국제갤러리의 브랜드 이미지를 강화하는 품격 있는 문화공간이 되기를 기대된다. (글 허선, 임성우, 김현수 / 진행 유진 기자)

 

전통한옥을 전시장으로 개조한 송현재

송현재 뒷모습

내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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