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물관,전시장

TDC 71 활자의 우주

오솔 길 2026. 5. 6. 10:16

서울 삼원갤러리에 세계 곳곳의 타이포그래피 작업이 모였다. 《TDC 71: 활자의 우주》는 뉴욕 타이프 디렉터스 클럽(TDC) 제71회 수상작을 소개하는 전시로, 60여 개국에서 출품된 170여 점 가운데 약 100여 점을 서울에서 선보인다. 2월 2일부터 3월 13일까지 이어지는 이번 전시는 활자를 통해 동시대 시각문화의 흐름을 압축적으로 보여주는 자리다

전시는 네 개의 주요 섹션으로 또렷하게 나뉜다. 커뮤니케이션 디자인 섹션에서는 포스터, 브랜딩, 출판물 등에서 활자가 메시지와 이미지를 어떻게 조직하는지 살펴볼 수 있다. 타입 디자인 섹션은 새로운 서체들의 구조와 리듬, 다양한 매체 환경을 고려한 가독성과 실험 사이의 균형에 주목하게 한다.

레터링 섹션은 손글씨, 커스텀 로고타입, 캘리그래피 작업을 중심으로 활자의 표정과 분위기를 섬세하게 드러낸다. 여기에 학생과 신진 디자이너들의 작업을 모은 영 원스(Young Ones) 섹션이 더해져, 앞으로의 타이포그래피가 어떤 방향으로 확장될지 가늠할 수 있는 일종의 ‘미래 관측소’ 역할을 한다.
전시장에서 놓치지 않아야 하는 몇 작품이 있다. TDC가 제안하는 작품은 3점이다. 먼저 스탠퍼드 d.school의 한 해 활동을 기록한 연간 발행물 「Stanford d.school Yearbook ’23」은 중첩된 컬러를 통해 교육자·학생·지역사회의 연결을 상징하고, 과감한 타이포그래피와 선명한 색감, 컬러 코드로 구분된 섹션 구성으로 정보 전달과 감각적 디자인의 균형을 보여준다.
두 번째는 중국 시안(Xi’an)의 「6th Guanzhong Mangba Arts Festival」 메인 비주얼로, 농촌의 삶과 예술의 화합을 주제로 관중 지역의 풍경과 풍습을 바탕 삼아 밝은 색감과 역동적인 그래픽을 펼치며 농촌 문화의 생명력과 에너지를 시각적으로 끌어올린다.
마지막으로 포르투갈의 타입 디자인 「Ramboia」는 직선 없이 오직 곡선만으로 이루어진 서체로, 프랑스 올드 스타일 전통을 기반으로 위트를 더해 우아하면서도 친근한 인상을 남기며, 타입 디자인이 어디까지 ‘완성도’와 ‘개성’을 동시에 밀어붙일 수 있는지 또렷하게 보여주는 작품이다.

이번 서울 전시만의 특징은 ‘종이’가 적극적으로 개입된다는 점이다. 삼원페이퍼가 주최하는 만큼, 수상작 다수가 서로 다른 종이에 인쇄되어 있어 동일한 디자인이더라도 종이의 질감, 두께, 색에 따라 인상이 미묘하게 달라지는 과정을 직접 비교해 볼 수 있다. 활자의 형태와 레이아웃뿐 아니라 인쇄와 재료가 만드는 차이까지 함께 체감할 수 있어, 디자이너에게는 실질적인 참고 자료로, 관람객에게는 타이포그래피를 입체적으로 이해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TDC 71: 활자의 우주》는 압도적인 스케일로 감탄을 유도하는 전시라기보다, 세계 각지의 작업을 차분하게 나란히 놓고 비교할 수 있는 ‘관찰의 자리’에 가깝다. 삼원갤러리라는 한정된 공간 안에서 네 개 섹션과 몇몇 인상적인 작업들을 따라 걷다 보면, 활자가 어떤 맥락에서, 어떤 방식으로 쓰이고 있는지 자연스럽게 정리된다. 과장된 체험형 전시보다 차분한 리서치형 전시에 끌리는 관람객이라면 이 다채로운 종이와 활자의 숲 들러볼 만한 이유는 충분하다. - 안내문

 

라운지로 나간다.

라운지 밖

삼원 갤러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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